“지식보다 지혜”… 그리스도 성품·인격 배우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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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사이버신학원 릴레이 특강] 정일웅 교수의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 <2>

코메니우스가 초등학생을 위해 쓴 ‘그림으로 이해하는 세계’에 실린 삽화. 교사와 학생이 대화하는 장면을 그렸다. 웨이크사이버신학원 제공



17세기 유럽은 전환기였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근세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봤다.

유럽은 빠르게 이성과 자연과학이 지배하는 환경으로 전환됐다. 코메니우스는 지식 쌓기가 초래할 새로운 주종관계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모든 걸 이성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다고 본 것이었다. 대안으로 지식보다 지혜를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골로새서 1장 28절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에서 근거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사상을 책 ‘범 지혜의 교육’에 담았다. 이 책에서는 지혜의 근원을 창조주 하나님으로 봤다. 범 지혜 교육의 목표는 신의 형상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인간은 원래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서만 올바른 자기인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삶의 목표와 과제를 바르게 알게 된다. 인간은 하나님과 인간, 창조세계 전체에 대한 올바른 통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코메니우스는 모든 사람에게 범 지혜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교육목표는 신의 형상과 전인성 회복에 있었다. 코메니우스는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 세 가지 특성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 신적 대리자로서의 인간,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의 불순종과 타락은 이 특성이 손상되거나 상실되게 했다. 이는 창조주와 관계 단절은 물론이고 신의 뜻을 분별하지 못하게 하고 신적 대리인의 책무를 망각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성에만 집중하면 자아중심적 사고에 빠지고 자유의지를 남용하며, 피조물의 신분을 망각하고 급기야 자신을 만물의 주인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과 세상을 포기하지 않았으며(요 3:16)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의 타락이 극복됐고(고후 5:17) 창조세계가 올바른 질서 가운데 보전되기를 원하셨다.(창 1:28)

여기서 그의 범 지혜 교육은 인간 본성의 세 가지 씨앗인 지성과 덕성, 경건성 형성에 영향을 주며 그리스도의 성품과 인격을 닮아가는 과정으로 전개된다.(엡 4:12~16) 코메니우스는 지혜의 배움은 평생교육으로 모든 세대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코메니우스는 리사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범 지혜 교육을 다음세대 교육에 적용했다. 언어교육과 학교 교육을 위한 교사지침서인 ‘열려진 언어의 문’(1631)과 ‘보헤미아의 교수학’(1632)을 썼다. 자녀교육 지침서인 ‘어머니 학교의 소식’(1633)도 펴냈다. 초등학생을 위해 ‘그림으로 이해하는 세계’(1657)도 썼다.

이 책이 유럽에 알려지면서 초등학교 교재로 널리 사용됐다. 이 책 첫 페이지에 실린 교사와 아이의 대화 장면은 범 지혜 교육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교사는 “아이야, 이리 와서 지혜를 배워라”며 학생을 초대한다. 학생은 “지혜가 뭐예요”라고 했고 교사는 “지혜는 필요한 모든 것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행하며 바르게 말하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학생은 “누가 그것을 나에게 가르치나요”라고 물었고, 교사는 “하나님과 함께 있는 내(교사)가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짧은 대화에서 코메니우스의 범 지혜 교육은 단순히 사물을 아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말하는 자질과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코메니우스는 이런 가르침을 주며 그림을 활용했다. 이런 면에서 시각교육의 창시자요 영상미디어의 효시로도 평가받는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세계’의 표지에 실린 원형의 그림 안에 기록된 라틴어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하고, 폭력은 모든 사물에게서 멀리하라’(Omnia sponte fluant absit violentia rebus)이다.

이는 코메니우스가 보여준 또 하나의 교육철학으로 교사의 폭력적 행위와 체벌을 금지하라고 명령한 명제다. 실제 코메니우스는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행하는 체벌을 폭력 행위로 봤다. 아이의 지능발달 지연이 극복되도록 동일 학년 내에 초보와 진보, 성숙반을 운영하는 교수법도 제시했다.

자연적 원리에 따른 교수학습 원칙에서도 빠르고 즐거우며 철저하게 가르칠 것과 쉬운 데서 점점 어려운 데로 유도하기, 적게 배우고도 많이 알게 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자발적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며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무엇보다 교사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형태로 교육구조를 전환한 것은 코메니우스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코메니우스의 범 지혜 교육은 무리한 힘을 가해서라도 경쟁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개발하려는 현대 교육학에 경종을 울리는 도전이다.


정일웅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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