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아프지만 국내 입양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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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에게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2004년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김근태는 나의 오랜 친구였다. 장관이 된 걸 축하하는 모임에 참석해 나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해외 입양은 줄이고, 국내 입양을 늘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입양아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했고 입양 부모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또한 복지부 일을 맡게 된 뒤 국내 입양을 늘리는 데 관심이 컸다. 이런 관심과 노력이 쌓여 국내입양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번 사건은 이런 노력의 과정 중 발생했다. 끔찍한 사건 후 여론은 입양한 부모들에게 엄벌을 내리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왜 입양기관에서는 사후 보호를 철저히 하지 못했는지, 왜 아동보호센터는 감독을 제대로 못 했는지, 왜 경찰은 신고를 받고 조처를 하지 못했는지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관련 기관은 빠르게 사과한 뒤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고, 국회는 관련 법안을 입법해 다시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겠다고 했다. 마땅한 일이다. 아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섬세하고 철저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
다만 이번 조치가 국내 입양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까 염려된다. 입양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에 있을 때 동료 교수가 입양한 뒤 사랑으로 키우는 걸 봤다. 그분께 입양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일이 있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남에게 입양을 권하기는 어려워”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뒤 ‘남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구나’ 생각했던 일이 있다.
입양하겠다고 결정하고 실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인이 사건도 철저히 분석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
양부모 선정 과정을 더욱 철저히 하고 지속적인 감독을 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처음 입양했을 때의 마음이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환경도 필요하다.
아이를 입양해 잘 키우는 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그분들이 겪었을 험난한 과정을 인정하고 수고에 감사해야 한다. 물론 그분들이 칭찬받기 위해 입양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입양 부모를 향한 감사의 표현은 결국 아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우리가 정인이 사건에 대한 울분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뿌리내리고 있다. 분노의 에너지를 입양을 기다리는 모든 아이를 향한 관심으로 돌려야 한다. 사랑의 에너지를 키워 입양 대상 아동을 더욱 깊이 사랑해야 한다. 이 일로 국내 입양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입양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으로 입양아와 입양 부모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김성이 목사(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웨이크사이버신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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