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파수꾼 돼 교회·국민 깨우는 일 맡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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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설립 박조준 목사
국민일보가 창간한 1988년에 박조준(88) 목사는 이미 한국교회를 이끄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세상 권력에 무릎 꿇지 않았던 목사로 잘 알려져 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을 위한 설교를 해 달라는 등 신군부의 여러 요구를 번번이 무시하다 외화밀반출 사건에 휩싸였다. 이 일로 박 목사는 84년 서울 영락교회를 사임했다. 그는 73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한경직 목사에 이어 영락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교회의 성장을 견인했다.
영락교회에서 물러난 박 목사는 안정적인 길을 걷지 않았다. 대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한 상가를 얻어 갈보리교회를 개척하며 광야로 나섰다. 교회는 당시에는 낯설었던 ‘독립교회’의 형태를 가졌다. 신앙은 장로교 노선을 택했고 조직은 회중 교회 형식을 따랐다. 이를 통해 독립교회를 우리나라에 파종한 주인공인 박 목사의 노력은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탄생으로 이어졌다.
박 목사가 지면에 비중 있게 등장한 건 91년 6월 22일 자에 실린 ‘1백만 기독인 시국기도회’ 기사에서였다.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박 목사는 ‘통일시켜 주옵소서’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최근 탁구에 이어 축구에서도 코리아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남북 7000만 동포의 통일 염원을 나타낸 단적인 예”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통일은 곧 세계평화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1000만 그리스도인들의 기도에 응답, 통일에 대한 조그마한 가능성이 보인다”며 “통일의 기도를 가속해 나가자”고 권했다.
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한 뒤 ‘정신 개혁’을 강조하는 칼럼을 썼다. 개혁적 성향이 짙었던 박 목사의 칼럼은 4월 28일 자에 실렸다. ‘묵은 땅 갈아엎는 개혁’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는 “우리 사회는 과거 30년 동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졌고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정도로 돼 버리고 말았다. 정신개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속사람이 달라지는 게 정신개혁이다. 성경에는 ‘묵은 땅을 갈라’고 했다. 묵은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썼다. 글의 끝에 박 목사는 “정신 개혁을 통해 신한국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군인들에 의한 정치가 끝난 뒤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을 제안한 셈이었다. 그의 일갈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 목사는 “돈이 좋은 목사는 목회 그만두고 장사를 해라”고 말했다. 목사다운 목사가 필요하다는 발언 중 한 말이었다.
교회 개혁을 강조하는 노 목회자의 당부는 계속됐다. 그는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말고 교회다워지기 위해 더욱 고민해야 미래가 있다”며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버려지는데 지금 한국교회 현실이 딱 그렇다. 모든 책임은 세상적 가치를 따른 목사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5일 게재된 기사에서도 ‘목사다움’을 언급했다. 박 목사는 3월 11일 경기도 성남 세계지도력개발원에서 열린 목회나눔 특강 마지막 강의에서 “사회가 혼란스러운 건 목사 노릇을 제대로 못 하는 목사들 때문”이라며 목회자의 각성을 촉구했다. 2013년 설립한 세계지도력개발원은 이날 이후 해산했다. 이 자리에서 박 목사는 외부 활동 중단도 선언했지만, WAIC와 웨이크사이버신학원에서 설교와 강의는 한다고 약속했다. WAIC에서 진행되는 ‘목회레슨’에는 참석자가 줄을 이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목사는 교회를 깨우는 일을 국민일보가 맡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에스겔 3장 17절을 암송했다.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 국민일보가 파수꾼이 돼 국민을 깨우는 역할을 감당하라는 조언이었다.
박 목사는 “기독교를 대변하는 유일한 일간신문인 국민일보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하나님 편에만 서서 공정 보도를 통해 국민의 신문이 돼야 한다”며 “이를 존재 의미로 삼고 지령 2만호를 향해 정진해 달라”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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